운전 중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언제일까? 교차로에 진입하려는데, 신호가 노란불에서 빨간불로 바뀌는 찰나. 브레이크를 밟자니 뒤차가 신경 쓰이고, 그냥 지나가자니 걱정이 앞선다. 사고 걱정도 걱정이지만, 그보다 먼저 티켓 걱정일 것이다.
토론토를 비롯해 GTA 전역에서 이런 고민을 하게 만드는 주범이 있다. 바로 ‘레드 라이트 카메라(Red Light Camera, RLC)’다. 전에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는데, 요즘은 ‘스피드 카메라(ASE)’와 함께 자주 눈에 띈다. 이 카메라의 작동 원리와 설치 장소, 그리고 범칙금 부과 방식까지 제대로 알아보자.
이 자료는 2025년 7월 현재 각 지자체에서 게시한 자료를 확인해 작성했다. 하지만 관련 법규와 카메라 설치 장소는 바뀔 수 있으므로, 시간이 어느 정도 경과했다면 본 글에 있는 해당 링크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두 가지 방식 티켓
신호 위반 티켓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경찰관이 직접 적발해 발부하는 티켓이고, 다른 하나는 카메라에 찍혀 우편으로 배달되는 티켓이다. 어느 것을 받든 기분 나쁘지만, 이 두 가지 티켓에는 차이가 있다. 가장 큰 차이는 신호를 위반한 운전자에게 부과되는 ‘벌점’이다. 신호 위반 차량을 본 경찰은 그 차를 세우고 해당 운전자에게 직접 티켓을 발부하는데 이때 범칙금과 함께 벌점도 부과된다. 하지만 카메라에 촬영돼 집으로 배달된 티켓에는 범칙금만 있고 벌점은 없다. 왜 그럴까?
RLC 작동 방식
광역토론토(GTA)에는 토론토시(City of Toronto)와 욕 지역 (York Region), 필 지역(Peel Region), 할튼 지역 (Halton Region), 더럼 지역 (Durham Region) 등 주변 4개 지역이 속해 있다. 스피드 카메라(ASE)와 마찬가지로 RLC도 온타리오주 관련 법에 따라 지자체에서 관리한다. 관련 법에 따른 작동 방식과 지자체별 행정처리 방식과 설치 장소를 알아본다.
1 작동 원리
RLC가 설치된 교차로 앞 도로에는 차량을 감지하는 루프 센서가 있어서, 차량이 적색 신호에 교차로 앞 정지선을 넘으면 이를 감지해 카메라를 작동시킨다. 범칙금 고지서에는 이때 찍은 사진 두 장이 첨부된다. 하나는 차량이 적색 신호에 정지선을 넘어 교차로에 진입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진이고, 다른 하나는 차량이 적색 신호에 교차로를 통과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진이다. 두 사진 모두 당시 신호등이 적색 상태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사진에는 해당 차량 번호판, 촬영 장소 및 날짜와 시각, 신호등이 적색으로 바뀐 시각, 차량이 교차로에 진입한 시각과 통과한 시각, 차량 속도 등 위반 입증에 필요한 정보가 담겨 있다.
2 운전자 식별(privacy)
RLC가 촬영하는 범위는 차량의 번호판이며, 운전자를 비롯한 탑승자를 촬영하지 않는다. 즉, 위반 차량의 운전자와 동승자가 누구인지 특정할 수가 없다. 토론토시 관련 자료에는 뒷번호판(rear license plates)을 촬영한다고 되어 있다.
3 범칙금 부과 대상
온타리오주에서 RLC 범칙금은 운전자가 아닌 차량의 등록 소유주에게 부과된다. 이는 ASE 범칙금과 주차 위반 범칙금도 마찬가지다. 번호판만 촬영하므로 운전자를 식별할 수 없고, 차량 소유자는 본인의 차를 적법하게 관리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4 운전 기록 및 보험료 할증
RLC에 의한 티켓은 운전자를 특정하지 못하므로, 운전 기록에 남지도 않고 보험료 할증도 없다. 하지만 빈도가 높다면 참고 자료로 이용할 수도 있다.
5 범칙금과 벌점(Demerit Points)
경찰이 위반 차량을 적발해 운전자에게 직접 발부한 티켓에는 범칙금과 함께 벌점이 기록돼 있다. 하지만 RLC 촬영으로 배달된 티켓에는 범칙금만 있고 벌점은 없다. 이는 RLC가 운전자를 촬영하지 않아 운전자를 특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적색 신호 위반 범칙금은 총 $325이다. 범칙금 상세 내역은 아래와 같다.
a) 범칙금 상세 내역
- 기본 범칙금(Set Fine): $260
- 피해자 지원 추가 범칙금(Victim Fine Surcharge): $60
- 법원 비용(Court Cost): $5
b) 토론토시 범칙금 내역
토론토시 관련 자료에는 ‘법원 비용(court cost, $5)’은 없고 ‘차량 소유주 검색 비용(Provincial Licence Plate Access Fee, $8.25)’이 있다. 이렇게 하면 총범칙금은 $328.25이다. 이는 2025년 1월 20일 이후 새로운 행정벌과금제도(Administrative Monetary Penalty System, AMPS, AMPS)에 따라 발행된 티켓에 적용되며, 그 이전에 부과된 범칙금은 여전히 $325다.
c) 타 지역
욕 지역(York Region) 필 지역(Peel Region) 할튼 지역(Halton Region) 더럼 지역(Durham Region) 등 GTA 다른 지역의 범칙금은 그대로 $325이다. 하지만 토론토와 마찬가지로 ‘행정벌과금제도(AMPS)’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6 이의 신청
법칙금이 부당하다 여겨지면 당연히 이의 신청도 가능하다. 하지만 경찰관에게서 직접 받는 티켓과 달리 절차가 쉽지는 않다. 경찰관에게 직접 받은 티켓은 경찰관의 목격에 의존하기 때문에 교차로 진입 시점을 다퉈볼 여지가 있지만, RLC에 의한 티켓은 사진 증거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RLC 티켓은 담당관이 먼저 검토한 후 발부하기 때문에 잘못 발부될 여지도 매우 적으며, 카메라 역시 정기적으로 테스트해 인증받기 때문에 신뢰도도 매우 높다.
a) 토론토시
기존 이의 시청은 관할 지역 법원에서 다뤘지만, 현재 토론토시는 ‘행정벌과금제도(AMPS)’에 따라 시청에서 담당관(hearing officer)이 다룬다. 따라서 기존에는 법원에서 유죄를 인정하고 범칙금을 어느 정도 감면받기도 했지만, 이제는 이마저 불가능하다.
b) 타 지역
2025년 7월 현재, 토론토시 외 GTA 타 지역(욕, 필, 더럼, 할튼)은 기존처럼 법원에서 다룬다. 따라서 유죄를 인정하면 감액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점차 토론토처럼 변경할 것으로 보인다.
7 범칙금 납부
범칙금은 온라인으로 낼 수도 있고, 직접 낼 수도 있으며, 우편으로 낼 수도 있다.
포털에서 티켓 정보를 입력한 후 결제하는 온라인 방식이 가장 편하지만, 온라인으로 낼 때는 $3 정도 처리 비용이 부과되기도 한다. 직접 납부는 법원이나 공인 납부처에 방문해 내는 것이며, 우편은 범칙금 고지서에 기재된 주소로 해당 금액을 보내면 된다. 물론, 어떤 방식이든지 납부 기일을 넘기면 그에 따른 추가금이 부과된다.
8 설치 지역
각 지자체는 RLC 설치 지역을 공개한다. 이는 RLC 설치 목적이 ‘세수 확보’가 아닌 ‘안전 확보’라는 것에 기초한다. 주행 중 RLC를 보면 귀찮아할 것이 아니라 ‘사고율이 높은 지역’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사인이므로 운전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아래는 각 지자체에서 공개한 RLC 위치다.
a) 토론토시
현재 토론토시에는 283곳에 RLC가 설치돼 있다. 해당 장소는 토론토시 RLC 위치에서 확인할 수 있다.
b) 욕 지역(York Region)
욕 지역에서는 총 40곳에 RLC가 설치돼 있다. 해당 장소는
욕 지역 RLC 위치에서 확인할 수 있다.
c) 필 지역(Peel Region)
필 지역은 브램튼에 15곳, 미시사가에 20곳 등 총 35곳에서 운용한다. 해당 장소는 필 지역 RLC 위치에서 확인할 수 있다.
d) 할튼 지역(Halton Region)
현재 할튼 지역에는 총 22곳에 설치돼 있다. 지자체별로 나누면 벌링턴(Burlington)에 5곳, 옥빌에 7곳, 할튼힐스에 4곳, 밀튼에 6곳 등이다. 구체적인 장소는
할튼 지역 RLC 위치에서 확인할 수 있다.
e) 더럼 지역(Durham Region)
더럼 지역은 지역 내 623개 교차로의 충돌 사고를 검토해, 에이잭스에 2곳, 클라링턴에 1곳, 오샤와에 4곳, 피커링에 2곳, 스쿠곡에 1곳, 윗비에 2곳 등 총 12곳에 RLC를 운용한다. 더럼 지역 RLC 위치는 아래와 같다.
- Salem Road at Bayly Street – Ajax
- Westney Road at Delaney Drive/Magill Drive– Ajax
- Regional Highway 2 at Courtice Road – Clarington
- Ritson Road at Bond Street – Oshawa
- Simcoe Street at Conlin Road – Oshawa
- Simcoe Street at Rossland Road – Oshawa
- Stevenson Road at King Street – Oshawa
- Taunton Road at Altona Road – Pickering
- Liverpool Road at Bayly Street – Pickering
- Lake Ridge Road at Goodwood Road – Scugog/Uxbridge
- Taunton Road at Lake Ridge Road – Whitby/Ajax
- Thickson Road at Dundas Street – Whitby
적신호 우회전
온타리오주에 설치된 모든 RLC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는 ‘적신호 우회전’ 차량을 ‘감시’하기도 한다. 온타리오주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적신호 시 우회전 하는 차량은 우회전이 허용되는 교차로여도 ‘반드시 완전히 정지했다가 회전’해야 한다. 이 규정을 어기고 우회전하다가 RLC에 촬영되면 역시 범칙금 티켓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이 경우 경찰관에게 직접 티켓을 받게 되면 벌점까지 부과될 수 있다. ‘적신호에 우회전 금지’ 교차로에서는 적신호 시 절대로 우회전 해서는 안 되며, 위반하면 역시 범칙금 대상이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3초 정지 룰’을 지키면 안전할 것이다.
공동체 안전 신호
‘5분 먼저 가려다 50년 먼저 간다’는 말이 있다. 한때 우리나라 도로 여기저기에 걸려 있던 계도 표어이다. 맞는 말이다. 신호를 무시하고 먼저 가봐야 몇 분 차이도 나지 않고, 다음 신호등 앞에서 만나기도 한다.
RLC가 필요 없는 안전한 타운
신호등 청신호는 ‘안전 신호’이며, 적신호는 ‘안전 확보 신호’다. 레드 라이트 카메라는 단지 벌금을 부과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모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안전 지킴이’다. ‘범죄 없는 타운’처럼, 차량 등록 대수와 교통 혼잡도를 따져 ‘RLC가 필요 없는 안전한 타운’을 선정해 보면 어떨까? 보험사와 연계하면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교차로 적신호 앞에서 긴장이 아닌 평안함을 누리는 도시, 그게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공동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