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방문이 처음이면 헷갈리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시각’이다. ‘한국은 지금 몇 시지?’ 캐나다는 동서로 넓게 펼쳐진 나라여서 시간대가 여섯 개나 되니, 헷갈릴 만도 하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캐나다는 써머타임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 글은 캐나다 시각의 기준이 되는 ‘표준시(Standard Time)’와 여름철에 사용하는 ‘일광절약시간’ 그리고 지역별 차이와 예외적인 경우까지 차근차근 정리할 것이다. 복잡해 보일 수 있지만, 원리를 알고 나면 의외로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다. 함께 캐나다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
두 가지 시간 개념: 표준시와 일광절약시간
캐나다는 두 종류의 시각이 있다. 하나는 ‘협정 세계시(Coordinated Universal Time, UTC)’에 따른 ‘표준시’이고, 다른 하나는 ‘일광절약시간(Daylight Saving Time, DST)’이다. ‘일광절약시간’은 낮의 길이가 긴 여름철에 낮을 보다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사용하므로 ‘써머타임(summer time)’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 글 본문에서는 주로 ‘써머타임’을 사용할 것이고, 제목에만 ‘일광절약시간’을 사용할 것이다.
UTC와 캐나다 표준시 체계
‘세계시(Universal Time, UT)’ 개념은 1884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제 자오선 회의(International Meridian Conference)’에서 시작 되었다. 본초 자오선(경도 0도)이 지나는 영국 그리니치 왕립 천문대의 그리니치 평균시(Greenwich Mean Time, GMT)를 세계시(UT)로 채택한 것이다. 이후 1972년 1월 1일부터 ‘협정 세계시(UTC)’로 재정의 되면서 현재와 같은 24시간을 바탕으로 한 ‘시간대(time zone system)’가 탄생했다. 원리는 지구가 1회 자전하는 360도를 24시간으로 나눠, 매 15도마다 1시간씩 증감하고, 그 안에 들어 있는 지역에는 같은 시간대를 적용하는 것이다.
‘협정 세계시’ 표기와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다. 현재 협정 세계시의 공식 표기는 ‘UTC’인데, 영어 표기는 ‘Coordinated Universal Time’이고, 이니셜로 옮기면 ‘UTC’가 아닌 ‘CUT’가 된다.
협정 세계시를 제정할 때 이와 관련한 논쟁이 있었다. 프랑스어로 협정 세계시는 ‘Temps Universel Coordonné’이고, 이니셜로 하면 ’TUC’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둘 사이에 논쟁이 있었고, 둘 다 ‘C’ ’T’ ‘U’ 자가 들어간다는 것에 착안해 ‘UTC’로 결정되었다. 블로그 글 중에는 협정 세계시 영어 표기를 ‘UTC’에 맞춰 ‘Universal Time Coordinated’로 적은 글도 있는데, ‘협정 세계시’의 영어 표기는 ‘Coordinated Universal Time’이 맞다.
캐나다의 여섯 개 표준시
캐나다는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면적이 넓은 나라다. 동서 길이도 길어서, 동쪽 대서양 서경 53도에서 시작해 서쪽 태평양 서경 141도에 걸쳐 있다. 경도를 15도로 나누는 규칙에 따라 나누면 여섯 개의 시간대가 적용된다. 아래는 협정 세계시에 따른 캐나다 표준시로, 동부인 대서양에서 서부인 태평양 쪽으로 이동한다.
- 뉴펀들랜드 표준시(Newfoundland Standard Time, NST) : UTC – 3h 30
- 대서양 표준시(Atlantic Standard Time, AST) : UTC – 4h
- 동부 표준시(Eastern Standard Time, EST) : UTC – 5h
- 중부 표준시(Central Standard Time, CST) : UTC – 6h
- 산악 표준시(Mountain Standard Time, MST) : UTC – 7h
- 태평양 표준시(Pacific Standard Time, PST) : UTC – 8h
대서양 연안에 있는 뉴펀들랜드의 표준시(NST)는 협정 세계시보다 3시간 30분 느리며, 몬트리올 오타와 토론토가 들어 있는 동부 표준시(EST)는 협정 세계시보다 5시간 느리고, 밴쿠버가 들어 있는 태평양 표준시(PST)는 협정 세계시보다 8시간 느리다. 즉, 캐나다의 시간은 협정 세계시보다 느리다.
참고로, 우리나라 표준시는 ‘UTC + 9h’로, 협정 세계시보다 9시간 빠르고, 캐나다는 이보다 5시간 느려, 14시간 차이 난다.
일광절약시간(DST) 적용 원칙
일광절약시간(DST) 즉 ‘써머타임’은 봄에 표준시보다 1시간 앞당겼다가 가을에 다시 시간을 되돌리는 방식이다. 이것을 기억하기 위해 영어권에서는 ‘Spring forward, fall back’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봄에는 시곗바늘을 앞으로 돌리고, 가을에는 시곗바늘을 뒤로 되돌린다는 의미이다.
캐나다 일광절약시간(DST)
캐나다는 1918년에 연방 정부에서 써머타임을 도입했으며, 3월 두 번째 일요일 오전 2시를 3시로 변경하면서 시작하고, 11월 첫 번째 일요일 오전 2시를 1시로 변경하면서 해제해 표준시로 되돌린다. 시간 변경을 일요일 새벽에 하는 것은 변경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서다. 아래는 시간대(Time Zone)에 따른 써머타임으로, 표준시에 한 시간을 더한 것과 같다.
- 뉴펀들랜드 표준시(Newfoundland Standard Time, NST) : UTC – 2h 30
- 대서양 표준시(Atlantic Standard Time, AST) : UTC – 3h
- 동부 표준시(Eastern Standard Time, EST) : UTC – 4h
- 중부 표준시(Central Standard Time, CST) : UTC – 5h
- 산악 표준시(Mountain Standard Time, MST) : UTC – 6h
- 태평양 표준시(Pacific Standard Time, PST) : UTC – 7h
써머타임이 적용될 때 토론토가 들어 있는 캐나다 동부 표준시와 우리나라 시간과의 차이는 표준시일 때 보다 한 시간 줄어들어 13시간 차이 난다. 우리나라 시간이 2월 10일 오전 9시라면, 토론토는 2월 9일 오후 8시이다.
일부 지역은 DST 적용 예외
캐나다는 우리나라와 달리 주가 모여 이뤄진 연방국으로, 주에 따라 법이 다르기도 하는데, 써머타임 제도도 그중 하나다. 캐나다에서 써머타임을 사용하지 않는 지역은 아래와 같다.
- 사스캐처원(Saskatchewan) 주 ‘크라이턴(Creighton)’과 “데네어 비치(Denare Beach)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
- 유콘(Yukon) 준주 전체
- 누나부트(Nunavut) 준주 사우샘프턴 섬
- 퀘벡(Quebec) 주 블랑사블롱 등 동북부 지역
- 브리티시컬럼비아(BC) 주 ‘크레스톤(Creston)’과 ‘피스리버 지역구(Peace River Regional District)’ 등 일부 지역
DST 연중 영구화 논의도
써머타임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이 있다. 하나는 수면 부족, 정신적·육체적 피로, 대사 문제 등 주로 건강상의 문제와 교통사고 증가와 일과 시간 능률 저하 등 사회적 문제로 인한 부정적인 시각이다. 이들은 써머타임을 폐지하고 표준시만 사용하자는 주장을 펼친다.
반면, 다른 시선은 써머타임을 연중 영구화하려는 시도로, 실제로 온타리오주는 2020년에 써머타임을 연중 계속 사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해마다 두 번 시간을 변경해야 하는 불편함 해소와 낮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강점을 내세운다. 하지만 다른 주와의 연계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있어서 아직 시행하지 않으며, 올해에도 기존처럼 3월~11월만 써머타임을 적용하고 있다.
일광절약시간(DST) 역사와 짤막한 이야기
- 현재와 같은 써머타임을 처음으로 제안한 사람은 미국의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이 아니라, 1895년 뉴질랜드 곤충학자 조지 허드슨(George Hudson)이다.
- 세계에서 가장 먼저 써머타임을 시행한 곳은 1908년 7월 1일부터 9월 1일까지 시행한 캐나다 온타리오주 썬더베이(Thunder Bay)시입니다. 이 도시의 당시 명칭은 포트 아서(Port Arthur)이다.
- 써머타임을 처음으로 시행한 나라는 1916년 1차 세계대전 중 독일제국과 오스트리아-헝가리 동맹국이다.
- 우리나라에서도 써머타임을 세 번 사용했었다. 첫 번째는 1948년부터 51년까지이며, 다음은 1955년부터 60년까지, 그리고 마지막은 서울 올림픽 때인 1987년부터 88년까지이다.
시차 이해는 실생활에도 중요
캐나다의 시간대와 시차 계산, 써머타임까지 정리해 봤다. 복잡해 보이지만 원리를 알면 의외로 단순해, 익혀 두면 여러모로 편할 것이다. 특히 항공편, 전화 회의, 중요한 일정 등을 잡을 때 시간 개념을 정확히 알고 있으면 실수 없이 일정을 조율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
- Time zones and daylight saving time | Government of Cana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