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데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우리는 ‘의식주’를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3대 요소’라고 배웠다. 이 세 가지가 있어야 사람답게 살 수 있다는 것인데, 이 요소들은 소득과 연결된다. 좋은 옷, 좋은 음식, 좋은 집. 그러면, 그 ‘좋은’ 의식주는 어느 정도 수준이어야 할까? 그리고 ‘좋은’ 의식주가 있으면 당연히 행복해지는 걸까?
오래전, 톨스토이가 물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고. 그리고 오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행복한가요? 눈에 보이는 의식주(GDP)는 괜찮은 것 같은데, 마음의 의식주(삶의 질)는 어떤가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이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다. 회원국들의 경제적 안정과 번영을 도모하고 저개발국가를 돕기 위해 설립한 국제기구이다. 2차 대전이 끝난 후, 미국의 마셜 플랜 지원으로 유럽 18개국이 참여한 ‘유럽경제협력기구(OEEC)’가 설립되었고, 1960년 12월에 미국과 캐나다가 가입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로 재출범했으며, 현재 38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1996년 12월에 회원국이 되었다.
더 나은 삶의 지수(Better Life Index)
2차 대전 직후에는 먹고 사는 것이 문제였을 것이다. 그런데 서서히 전쟁의 상처가 아물고 새살이 돋고 흉터가 사라지고 건강을 회복하자, 무언가 공백이 느껴졌나 보다. GDP로 대변되는 경제지표는 ‘살만한 세상’이라 말하는데, 거리에서 마주치는 얼굴에서는 그 ‘살만한 세상’이 보이지 않으니까. 그래서 OECD는 2011년 이래 회원국들이 내놓은 자료와 설문을 통해 ‘더 나은 삶의 지수(Better Life Index)’를 내놓고 있다. 평가 항목은 모두 11개로, 주거 환경, 일자리, 교육, 시민 참여, 삶의 만족,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 Work-Life Balance), 소득, 사회적 관계, 환경, 건강, 안전 등이다. 이 자료는 지난해 말 OECD가 펴낸 ‘How’s Life? 2024’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OECD는 이 자료를 통해 우리에게 묻고 있다. ‘지금 행복하신가요?’ 그에 대한 각국의 대답을 들어보자.
나는 지금 행복합니다!
노르웨이
면적 약 38만 6,900㎢, 인구 약 557만 명인 북유럽 스칸디나비아반도 서쪽에 있는 나라다. 안전에서 10점 만점에 10점을 받았고,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9.9점을 받았다. 환경은 9.6점, 건강은 8.7점, 워라밸은 8.5점 등 다른 항목 역시 최상위권에 있다. 94%의 사람들이 자신이 어려울 때 도와줄 누군가가 있다고 믿는단다. 그만큼 사회적 신뢰도와 공동체성이 높은 나라이다. 삶의 만족도가 최고인 나라, 그러니까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노르웨이 사람에게 ‘행복한가요?’라고 물으면 거의 모두가 ‘그럼요!’라고 답한다는 것. 기대 수명은 OECD 평균인 80세보다 세 살 많은 83세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면적이 약 769만㎢로 우리나라의 약 77배에 해당하지만, 인구는 우리보다 적은 약 2,720만 명에 불과하다. 기대 수명은 노르웨이와 마찬가지로 83세이고, 미세먼지 농도는 OECD 국가 중 최저이며, 식수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 건강 점수는 10점 만점에 9.5점이고, 삶에 대한 만족도는 9점이다. 이 나라 사람들 95%가 자신이 힘이 들 때 누군가가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단다. 생활 환경이 좋고, 시민 참여 의식도 높으며, 교육 수준도 높다.
아이슬란드
북유럽 북극권 바로 아래에 위치한 섬나라로, 면적은 우리나라보다 약간 크지만, 인구는 약 40만 명에 불과하다. 사회적 관계와 공동체성 점수는 10점 만점에 10점이며, 안전도는 10점 만점에 9.6점이고,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9.5점이다. 기대 수명은 OECD 평균인 80세보다 두 살 많은 82세이며, 98%의 사람들이 자신이 어려울 때 누군가가 자신을 도와줄 거라고 믿는단다.
캐나다
면적이 약 998만㎢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으며, 우리나라의 약 100배에 해당한다. 하지만 인구는 우리나라의 3/4 수준이며, 세계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낮은 순으로 여섯 번째인 나라다. 건강 수준이 높고(9.6점), 삶의 만족도도 높고(9.1점), 안전하며(9.1점), 주거 환경이 좋은(8.3점) 나라다. 기대 수명은 OECD 평균인 80세보다 두 살 많은 82세이며, 국민 93%가 자신이 어려울 때 누군가가 달려와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단다.
덴마크
북유럽에 위치한 나라로, 면적은 43,094㎢로 우리나라의 절반에 못 미치며, 인구는 우리나라의 약 1/9이다. 그곳 사람들은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10점 만점에 9.9점이란다. 안전은 9.5점, 워라밸은 9점을 받았다. 기대 수명은 OECD 평균인 80세보다 한 살 많은 81세이며, 95%의 사람들이 자신이 어려울 때 누군가가 도와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단다. 덴마크는 ‘휘게(Hygge)’의 나라다. 그곳 사람들은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감을 휘게(Hygge)라는 단어에 담아 주고받는다. 일상에서 휘게(Hygge)를 누리며, 다른 이들과 휘게(Hygge)를 나누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 외 상위권 나라들
스위스, 네덜란드, 스웨덴, 핀란드, 미국 등이 상위권에 올라 있다. 미국인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7.4점이며, 90.6%가 자신이 어려울 때 누군가가 도와줄 거라고 믿는단다. 미국보다 순위가 위인 나라들의 삶의 만족도와 사회적 도움과 공동체성 점수는 모두 이보다 높다.
우리나라는
이 자료에서 우리나라는 하위권에 속한다. 주거, 교육, 시민 참여도 등 몇 가지 항목에서는 평균을 웃돌지만, 그렇지 않은 항목이 많다. 태어날 때 기대 수명은 OECD 평균(80세)보다 두 살 많은 82세이지만, 전반적인 건강 점수는 4.7점으로, 평가 대상 40개국 중 36위다.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 수준은 OECD 최고 수준이며, 수질 또한 평균치보다 낮다. 오래는 살지만 건강하지 않다는 것, 아프며 오래 산다는 것.
워라밸 점수는 4.1점으로, 평가 대상 40개국 중 37위로, 우리보다 낮은 나라는 단 3곳뿐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사회에 대한 신뢰도와 공동체성 항목으로, 평가 대상 40개국 중 가장 낮은 40위다. 그러면 삶에 대한 만족도는 몇 점일까? 거리에 나가 ‘행복한가요?’라고 물었을 때 ‘그럼요!’라고 답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그 점수는 5.9점으로, 평가 대상 40개국 중 33위다.
행복한가요?
OECD가 세상에 내놓은 자료가 그렇다. 이 자료가 믿을만한지 아닌지는 스스로 묻고 대답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내 삶은 만족스러운가? 힘들 때, 달려와 줄 사람이 있는가? 나는 누군가를 도우며 살고 있을까? OECD는 말한다. 삶의 질은 GDP에 모두 담겨 있는 것이 아니라고.
참고! 현재 OECD 회원국(38개국) – 가나다순
그리스, 네덜란드, 노르웨이, 뉴질랜드, 대한민국, 덴마크, 독일, 라트비아, 룩셈부르크 , 리투아니아, 멕시코, 미국, 벨기에, 스웨덴, 스위스, 스페인,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에스토니아, 영국, 오스트리아, 이스라엘, 이탈리아, 일본, 체코, 칠레, 캐나다, 터키,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포르투갈, 폴란드, 프랑스, 핀란드, 헝가리, 호주